학부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야구동아리나 아주 가끔 대구의 친구들을 만날 때 말고는 술을 잘 먹지 않았던 거 같다. 평균적으로 2주에 한 번 정도 되었던 것 같다.(물론 맥주만 먹는거도 포함) 예전과 달리진 것은 술을 혼자서도 자주 먹는다는 사실이다. 술을 먹을 때 내적으로 어떤 동기를 가지고 사는지 생각해보니까 딱히 없다. 최근 집에 들어올 때 그냥 기분 풀어주려고(?) 가끔 샀던 것 같은데 사실 기분이 진짜로 풀리는 지는 모르겠다. 그런 이유보다는 그냥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아서 먹었다. 아무튼 생각해보니 별다른 동기도 없다. 아니 뭐 그렇다고 술을 멀리하거나 그러고 싶진 않다. 나름대로 느낌있거든..^o^
그리고 학부다닐 때와 현재 대학원 1년차 막바지에 다가온 나의 태도에서 달라진 점으로는 학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수업시간에 엄청나게 집중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나중에 벼락치기로 항상 밤을 새가면서 아침까지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러 들어가는 편이었다. 사실 이번 유전알고리즘 시험은 거의 성인이 된 이후로 본 시험 중에 가장 대책이 없던 시험같다. 수업에 빠지는 것은 학부 때 세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였는데, 이번 학기 이 수업을 제낀 것은 거의 두손을 다 써도 모자랄 수도 있겠다. "오픈북" 시험을 처음으로 준비해보는 나로써는 사실 약간의 자신감도 존재했지만, 시험지를 받는 순간 Fatal Panic 에 빠졌다. 받았던 족보와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현저하게 높았다. 사실 수업을 워낙 안들어가서 그런지 시험지에서 처음보이는 용어들이 너무 많아서 시험 시간에 공부를 하면서 시험에 응시했는데 결과가 좋을리가 있나..ㅎㅎ 아무튼 시험은 너무 심각하게 회기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히 망해서 어떻게 보면 그렇게 충격받을 정도도 아니었다. 학부때였으면 어떻게든 잘 받아보려고 밤도 새고 했겠지만 이제는 잘받아야만 하는 동기부여도 되지 않아서 그런지 밤샐 용의도 없고 공부도 별로 안했다. 그렇게 벼락같은 시험이 끝나고 모 과제 미팅을 박사형과 준비를 하다가 낙성대에 시골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응어리진 마음을 녹이듯이 소주 반병이 몸속을 타고 흐르니 기분이 좋아졌고, 다시 뭔가 할 마음이 생겼고 기분좋게 밥집을 나오는 찰나... 메일 한 통이 와서 보니까 연구실 다른 박사형이 나를 찾는 것이다. 사실 그날 내가 속해있는 방에는 한번도 들어가지 않고 미팅도 다른 건물에서 진행을 하고 논문 서칭을 했다. 뭐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연구실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별로 탐탁찮게 생각하셨던거 같다.
연구실 들어와서 힘든 건 사실 일, 논문, 수업, 과제 등의 문제보다는 사실 사람과 사람의 문제가 가장 크다. 어떻게 보면 한번도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하고, 집에서 조용히 있을 때 가장 심적으로 안정이 되고, 다른 사람과 토론, 토의, 대화를 통해서 뭔가를 풀어내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편인데 이러한 성격들이 별로 연구실에서 바람직하지 못한것 같다. 정확하게는 연구실보다는 호전적이고 토론을 좋아하고 문제를 당장 누구와 토의해 나가면서 풀어나가려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태도는 자신을 외면하고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나에 대한 평판과 이미지가 굳혀진 계기가 1월~2월 사이의 신입생 교육 근처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사실 뭘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도 안타깝다. 나도 가끔 내 자신이 지나치게 첫인상이나 선입관에 의해서 사람을 완전히 배제한다거나 마음의 벽을 쌓아놓는 모습에 섬짓 놀랄 때도 있는데, 내가 그 당사자가 되니 꽤나 힘든 것 같다. 연구실 생활하면서 정말로 느끼는건....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성숙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가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언행으로 호시탐탐 나를 가십거리로 여기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되는 것 같아서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굳이 멀리하지 않더라도 사무적으로 선을 그어놓고 생활을 하는 편이 좋아보인다.
다음은 리딩과 라이팅에 대한 것이다. 사실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굉장히 멀리하고 살아왔다. 독서는 잘 안해도 사실 중학교 때까지 여행 수기나 글짓기 했을 때 상장도 받고 하다가, 고등학교 왔을 때 생각보다 내가 언어적인 능력을 어릴 때부터 많이 기르지 못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수능 모의고사 때부터 언어영역이 발목을 잡아와서 결국 현역 08, 재수 09, 삼반수 10 까지 언어영역으로 인해서 내 꿈이 좌절되었다.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안나오는 것을 통해서 어떻게 보면 언어영역에 공부방법이 있다고 하는 것은 전혀 동의를 못하겠다. 어느정도 어릴 때부터 지속적인 읽고 쓰고 말하는 등의 논리적인 사고의 훈련이 지속되었을 때 비로소 공부방법이란게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듣기나 쓰기나 읽기 말하기 등에 전반적으로 약한 편인 것 같다. 항상 답답한게 말하고 싶은건 100이면 10으로도 표현 못하는 내 자신에 답답하고, 듣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편이다. 최근에 다시 이러한 문제를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다시 느꼈다. 사실 집중을 완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써내려가서 그런지, 나중에 보니 문장의 구성, 문단의 구성 등 어디하나 괜찮은 것이 없었다. 내가 쓴글을 만약에 그대로 제출해서 높은 위치의 공학을 전공한 임원이 읽게 된다면, 자신들이 요구하는 기술의 수준을 우리가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 글의 전체적으로 내용의 핵심이 없고, 덕분에 기술의 핵심적인 부분이 모두 빠져버린 엉성한 제안서였다. 다행히 라이팅을 잘하시는 박사형이 거의 완전히 문장을 고침으로써 제안서가 새로 태어났고, 무사히 교수님에게 드릴 수 있었다. 읽는게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텍스트에 노출하고 노출되며, 자주 글을 논리적으로 써내려가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최근에 해외여행을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원래는 돈도 돈이지만 그다지 끌리거나 그냥 다른나라의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수준이었는데, 이래 저래 직접 알아보니 그렇게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일본 중국 정도는 가볼만 한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안에는 어디든 해외에 나가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해보고 식견을 높이고 싶다. 내 자신의 모습을 냉철하게 봤을때 항상 눈 앞의 보이는 것만 힘들게 힘들게 쫒아가려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이런 기회를 통해서 좀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9일 후면 이제 학기가 끝나고 석사 2년차가 시작된다. 이번 학기를 하면서 고급 운영체제 수업은 너무 잘못된 선택이었다. 물론 내가 매일같이 밤을 새면서 얻은 것이 어떤 것보다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논문으로 평가받는 대학원생, 연구생이고, 언젠가는 나에게 힘이 되어줄 경험이겠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했어야만 했다. 얻는게 많아 보이더라도 굳이 힘든 길을 택해서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서 낭패를 봤으니, 앞으로는 수업은 웬만하면 빠지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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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적당히 마십니다.
리얼 세상에서 젤 쓰레기가 되는듯
뭔가 가끔씩 술먹을 때마다 선을 넘어선다.
술을 마시면 너무나 기분이 좋아져서 내 자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인데 남들도 나를 주체할 수가 없겠지 ㅠㅠ
그리고 뭔가 이번 술자리에서 느끼는게 말을 함부로 하지말아야겠다.
투정이 한번이면 들어주고 두번이면 그말을 듣지 않고 지속되면 오히려 안좋은 소리를 듣는다.
아무튼 이번주는 가장 힘들었지만 덕분에 가장 기분좋은 한 주가 되었다.
회사일을 마무리하고 제안서 작업때문에 회사에 밤 9시에 가서 새벽까지 문서 작업을 하고..
정확도 향상을 위해서 나름대로 머리도 엄청쓰고, 코딩도 많이하고, 분석도 많이하고..
마지막에 성능이 좋게 나와서 다행이었다.. 회사에서 같이 일을 했던 팀장님은 계속 성능이 좋지않다, 우리가 중간에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이미 해봤다고 하면서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항상 곤란한 말과 얼굴을 짓고 있었다.
뭐 딱히 마지막날도 엄청나게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평소에 보이던 부정적 반응과는 사뭇 다르긴 해서 기분은 좋았지ㅎㅎ(사람은 밀고 당기는걸 잘해야하는 거 같애..)
술자리 5차까지 가는 엄청난 하루였는데 기억에 남을듯..
화이트데이를 하얗게 불태워 버렸어!!!!!!!!
내년엔 여친과 보내길..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