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에 대한 고찰

Essay

  어릴 때, 아주 어릴 때 굉장히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소귀의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조용히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켠다. 그리고 어머니가 일어나서 바로 나를 훈계하셨다. 생각해보니까 그 당시에는 게임이 너무 좋아서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삼국지 영걸전에 빠졌었다) 수면상태가 얕아졌을 때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무언가를 했다.

 재수하던 시절에도 비슷했다. 가끔은 너무나 똑같은 하루하루에 지쳐서 조금은 평소보다 늦게 갈때도 있었지만, 거의 열의 아홉은 가장 먼저 학원 문을 열었다. 재수학원에서도 교실문을 항상 내가 열고 불을 켜는걸로 하루를 시작했고, 항상 마지막에 나가서 내가 문을 불끄고 문을 닫고 나갔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아주 특별하게 무언가를 해야할 때는 누가 깨우지 않더라도 몸을 일으켜 세워서 무언가를 하곤 했었다 (물론 아주 이런 케이스는 적었고 대부분 늦잠을 자는 편이었다). 원하는 만큼 자고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는 나에게 원하는 텝스 성적을 만들어 놓은 후의 토익 시험을 치는 일은 굉장히 사치라고 느껴졌는지 돈 4만원과 잠 4시간을 더 자는 것을 선택할 때 후자를 선택했던 적도 있긴하다.

 아무튼 이제 나는 연구를 하는 대학원 석사과정이라 연구라는 동기부여가 확실한데도 뭔가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이 들다. 물론 내 몸이 올빼미형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면도 있지만,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잘 못지켜 지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찾아왔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과제 및 수업, 사람관계에 힘들던 시기에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작은 무의식의 표출이었던것도 같다. 정확하게는 문제밖에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피해서 찾는 달콤한 마약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적인 생활 패턴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최근에 여러가지 상황들이 많이 개선되어서 내 삶에 좀더 애착을 가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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